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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리뷰 - 청소년 작가가 전하는 깊은 울림

[시한부] 리뷰 - 청소년 작가가 전하는 깊은 울림-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년의 마지막 여정을 그린 감동 청소년 소설.

💔 청소년이 바라본 '죽음'과 시한부 인생

백은별 작가의 소설 『시한부』는 중학생의 눈으로 본 우울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흔히 '시한부'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말기 환자처럼 시간이 정해진 병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병리적 접근이 아닌, ‘스스로 정한 죽음의 시간’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주인공 수아는 가장 친한 친구 윤서의 자살을 눈앞에서 겪고 난 후,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 1년 뒤 자살을 결심한다. 그 1년은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까지 살아내려는 몸부림이다. 하루하루 버티며 그 시간을 채워가려는 수아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청소년 우울과 자살 충동이 그저 일시적인 감정이나 반항이 아님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학생인 작가가 쓴 이야기인 만큼, 등장인물의 감정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와닿는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문장만이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마지막 선택이 ‘주목받고 싶은 행동’이 아니라, '정말 끝이라고 느끼는 절박한 몸짓’이라는 걸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청소년이 겪는 우울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조용한 고통이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게 만든다.

🌧 감당할 수 없는 상실, 그리고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

『시한부』의 중심에는 윤서라는 인물의 죽음이 있다. 윤서는 부모의 동반 자살을 목격한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밝고 평범해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끝없는 외로움과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윤서를 수아는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겼다. 그만큼 수아에게 윤서의 자살은 예고 없는 이별이자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한 친구의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그 상실감을 견디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깊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민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수아의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민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과거의 상처와 스토커로부터 받은 공포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인물이다. 수아와 민은 서로의 고통을 알아보며 서서히 친구가 되어간다. 누군가의 존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고통은 나누면 가벼워진다는 말처럼, 수아가 민을 통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선택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매우 울림 있게 다가온다. 아픔 속에서도 사람은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 책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중학생 작가가 쓴, 어른들도 꼭 읽어야 할 책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작가 백은별이 2009년생이라는 사실이다. 중학교 2학년인 작가가 쓴 이 소설은, 어른들이 미처 듣지 못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문장은 투박할 수 있어도 감정은 절대로 가볍지 않다. 작가는 또래 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 친구 관계의 복잡함, 부모와의 거리감, 그리고 말 못할 외로움까지.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감정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외부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마음이 아파도 그걸 말할 언어가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을 때, 아이들은 점점 더 외로워진다. 『시한부』는 그 말하지 못한 감정들에 귀를 기울인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말할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동시에,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품게 될 정도로 힘들게 만드는 사회 구조에도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로 읽힌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히려 ‘살아가야 할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