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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리뷰 – 찬란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서사

『스파클』 리뷰 – 찬란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서사 - 청소년기의 상처와 성장, 그리고 찬란한 희망을 그린 『스파클』, 수학적 은유로 빛나는 감성 성장 소설.”
“그 눈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사라진 이의 흔적을 따라, 미지수를 풀어가는 17살 유리의 겨울.
“그 눈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사라진 이의 흔적을 따라, 미지수를 풀어가는 17살 유리의 겨울.

1. “눈”으로부터 시작된 여정 – 외면했던 감정을 마주하다

『스파클』은 열일곱을 앞둔 소녀 유리의 눈에서 시작된다. 유리는 오 년 전 사고로 오른쪽 눈의 각막을 이식받았다. 그녀는 이식 이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병실을 단 한 번도 찾지 않았고, 가족 모두가 각자의 죄책감에 잠겨 살아가고 있다. 유리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채 ‘의대 준비반’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지만, 어느 날 오른쪽 눈에만 보이는 눈송이 결정체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기 시작한다. 각막 기증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 유리는 열여덟 살의 장기기증자 ‘이영준’을 추적하고, 그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시온’이라는 동갑내기 소년과 연결된다. 두 사람은 영준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여정이 아니다. 그것은 유리가 오랫동안 묻어둔 슬픔과 분노, 미안함을 꺼내 직시하는 감정의 시간이다. 이 소설은 ‘눈’이라는 상징을 통해 보지 않으려 했던 진실과 마주하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려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상처를 외면했던 유리는 ‘눈을 감는 이유’와 ‘다시 뜨는 이유’를 깨달아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여정의 출발점에 있는 감정은 분명 슬픔이지만, 그 끝은 찬란한 빛을 향한다.

2. 수학으로 풀어보는 마음 – 미지수 같은 감정의 여정

『스파클』의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수학과 과학을 통한 감정의 비유다. 등장인물 유리는 자신에게 기증된 각막을 ‘미지수 X’라 부르고, 그 X를 찾기 위한 실마리를 시온에게서 얻는다. 시온은 영준에게 보내는 편지를 꾸준히 써 온 인물로, 유리에게 기적 같은 존재이자 ‘Y’가 된다. 이 둘은 결국 ‘X를 향한 Y의 루트’를 따라 제주도로 향하게 된다. 이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방정식을 해석해 나가는 여정이다. 수학의 개념이 그저 지식을 넘어 감정을 해석하는 언어로 작용한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두 점 사이의 최소 거리를 찾기 위해선 모든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수학 강사의 말처럼, 인생의 여러 방향을 모색하는 유리의 시선이 감정의 파동 속에서 진동한다.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라는 문장은 물리학적 표현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내면을 관통하는 통찰로 다가온다. 유리는 반복되는 진동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이처럼 『스파클』은 청소년 문학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수학적 개념을 삶의 은유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울림을 동시에 안긴다. 감정을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답’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3. 찬란한 비행을 꿈꾸는 아이들 – 상처 속에서 피어난 희망

『스파클』의 마지막 여정은 빛을 향한 비행이다. 유리는 처음엔 자신이 받은 각막이 영준이라는 아이의 삶과 죽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 앞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온과의 만남, 영준에 대한 기록을 따라가면서 자신이 받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찬란하게.”라는 문장은 그저 외침이 아니라, 깊은 성찰을 통과한 이만이 할 수 있는 다짐이다. 소설은 청소년기라는 시기를 외롭고 혼란스럽게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며 나아가는 존재로 그려낸다. 유리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딸’이나 ‘누군가의 언니’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름을 가진 주체로 성장해간다. 부모와의 갈등, 동생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수혜자’로서의 부담감까지 모두 짊어진 채, 그녀는 삶을 밀어내지 않고 포용해낸다. 『스파클』은 이러한 유리의 선택이 곧 희망임을 보여준다. 겨울의 눈 속에서, 그녀는 결국 자신의 길을 비추는 ‘빛’을 찾아낸다. 이 책은 단지 한 소녀의 성장담이 아니라, 모든 독자가 자기만의 ‘X’를 찾고 싶은 순간 마주할 수 있는 반짝이는 지도 같은 작품이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지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찬란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스파클』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