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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리뷰 – 무게를 털어내는 성장의 기록

[훌훌 ]리뷰– 무게를 털어내는 성장의 기록-입양과 상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그려가는 유리의 따뜻한 성장 이야기.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내는 위로의 소설.

1. 입양과 가족, 그 경계의 재정의

입양이라는 소재는 문학에서 종종 다루어지지만, 그것이 가진 무게와 감정은 쉽게 표현되기 어렵다. 문경민 작가의 『훌훌』은 입양된 가정에서 성장하는 한 청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질문을 던진다. 특히 핏줄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성장 소설이라는 장르를 넘어선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고등학생 유리는 엄마에게 입양된 후 다시 버려진 아이다. 택시 기사인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며 오직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을 버린 엄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엄마가 낳은 남동생 연우가 유리의 곁으로 오게 된다. 학대의 흔적을 지닌 연우와 함께 살아가며, 유리는 외면해왔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유리는 점점 '피가 아닌 마음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무심했던 할아버지와 연우 사이에서 작지만 깊은 온기를 느끼게 된다.

2. 입양을 다루는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시선

이 작품은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도 불필요한 연민이나 과장된 극적 요소 없이,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시선으로 접근한다. 인물들의 감정은 복잡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실제 현실에서 있을 법한 고민과 반응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대상화 대신 '존재 그대로의 수용'이라는 방식은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다운 무게감을 전달한다.

유리는 연우를 돌보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상처를 돌아본다. 연우는 엄마의 죽음에 연루되었다는 오해와 함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점차 유리와 음식을 나누고, 함께 일상을 겪으며 마음을 열어간다. 유리는 자신도 입양아라는 정체성에 대해 처음으로 외부에 털어놓기 시작하고, 같은 입양아인 친구 세윤과의 교류를 통해 상처를 직시하고 이겨낼 힘을 얻는다. 입양과 학대, 상실과 회복이 교차하는 이 이야기는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성장서사 그 자체다.

3. 치유는 관계 안에서 이뤄진다

『훌훌』은 상처받은 이들이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유리, 연우, 할아버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은 서로의 상처를 감추려 하지 않고, 조금씩 마음을 나누며 치유의 시간을 쌓아간다. 그 과정은 단순히 용서로 귀결되지 않고, '이해'와 '공존'이라는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흐른다.

작품 후반부에서 할아버지가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유리는 한 집에서 세 명이 각자의 짐을 안고 살아간다는 현실을 직면한다. 그러나 그 무게를 ‘훌훌’ 벗어버리듯, 유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진심을 나누는 관계야말로 가족의 본질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리가 세윤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이며 웃는 장면은, 독자에게도 담담한 희망을 전한다.

🌟 추천 이유

『훌훌』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족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는 오늘날,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하는 이 책은, 상처 받은 사람들의 회복 이야기를 통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위로 같은 작품이다.